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유족대기실에는 있던 어머니의 사촌여동생분이 옛날 얘기를 꺼내셨다.
언젠가 친척인 친구와 함께 어머니 동네에 자주 왔다가 집에 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친가에서 자동차로 20분을 달리면 외가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제가 돌쟁이 아기이던 시절에는
산 두개를 넘어 꼬박 두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무섭고 험한 산길이었다고 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 날은 어두워졌고, 소나무숲 사이로 어깨폭만큼한 좁은 길을 따라 걷는데
소나무 뒤에서 사람소리가 두런두런 들렸단다.그 숲에는 문둥이가 산다고, 문둥이는 사람을 잡아간다 하는 중간에 저수지도 있으니 물귀신도 무섭고 평생 그렇게 빨리 뛰어본 적이 없으시대요.
친가와 외가 사이의 그 무서운 산길,
산길이라,....
제가 언젠가 썼던 서평이 생각나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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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질주하는 법 - ![]() 가스 스타인 지음, 공경희 옮김/밝은세상 |
방금 '빗속을 질주하는 법' 이라는 소설을 다 읽었어요.
우연히 빌려왔는데 '빗속을 질주하는 법'이라는 이 책이 신선하고 재미있네요.
이책의 화자는 책의 주인공인 데니가 키우는 개입니다. 개의 입장에서 사람들의 행동이나 주변, 그리고, 개로서 사는 생활묘사 했는데요 이게 참 신선하네요. 책을 빌릴까 말까하다가 역자가 '공경희' 라는 것을 믿고 대출해가기로 결심합니다. 이분이 번역하신 책들을 고르면 거의 성공이거든요.
공경희씨와는 작은 일화가 있습니다. 직접적인 것은 아니고요...
어렸을 때 저는 아픈치레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시골 살때는 병원도 없는 산골에서 제가 열이 펄펄나고 아프면
저희 엄마는 저를 들쳐업고 한밤중에 고개 두개를 건너 조금더 개화한 지역인 외가로 달려가셨답니다.
그러면 저희 외삼촌이 자전거를 타고 저를 읍내에 있는 병원에 데리고 가서 닫힌 병원문을 두드려 진료를 보고
주사를 맞혀서 다시 데려오곤 해서 위기를 넘기곤 했답니다.
시골에서 그렇게 지냈었는데 서울의 흑석동에 이사와서도 제가 자주 아파서 엄마가 저를 근처 병원에 자주 데리고 가야만 했대요.하루는 그게 너무 힘들어가지구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침대에 누워 진찰받고 있는 저를 가리키며 의사분한테 "아이고, 못생긴게 정말 많이도 아픕니다.에효..." 라고 했대요.
그랬더니 그 의사분이 정색을 하며
"아니, 왜 이애가 못생겼나요, 이목구비가 또렷하니까 크면 이뻐질겁니다." 라고 했다고 하더군요.하하.
그 병원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때 대학교때 약국에서 약을 먹다가 먹다가 잘 안나으면 주사를 맞으러 가던 곳인데
언제인가 어른이 되어 회사에 다닐때도 감기에 걸려서 또 거길 갔지요.
진료를 끝내고서 정리할 때,
"저 어렸을 때 선생님께서 저희 엄마가 '못생긴게 자주 아프다'라고 하는데, 선생님이
'예뻐질 거라'고 해주셨어요" (흐흐) 했지요.
그랬더니 그 선생님께서 '아! 그래요? 하면서 반가와 하셨고
"네, 사실은 요 옆건물에 저희 고모네 친척도 오래 사셨어요." 라고 말씅드리자
"아, 그 철물점 하시던" 하며 .... 서로 공통적으로 아는 분들의 얘기를 꺼내기도 했지요.
그리고는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당신도 딸이 있다면서 혹시 아시는가 모르겠다고 하시더니
서울대학나와서 번역하는 '공경희'가 당신 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더군요.
"아, 알아요. 그분 참 좋은책 많이 번역하시죠. 저도 그분책 여러권 읽었어요.
공경희씨가 번역한 책은 믿고 꼭 사서 봐요. 책고르는 감각도 좋으시고
우리말에 대한 감각이 대단하시다고 생각했는데 따님이셨네요. 어머, 좋으시겠으요." 하고 라고 대답했지요.
선생님은 무척 흐믓한 얼굴이셨어요.
그런데 몇년전, 어머니와 함께 병원이 있던 건물 근처를 지나가다가 엄마에게 그 의사선생님 잘 계시나요? 했더니 안타깝게도 암이 발병해서 진료를 그만 두셨다는 말을 들었구요, 또 그후에 다시 소식을 물었을 땐 돌아가셨다고 하셨어요.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다정하신 분이었는데요.
...
책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책 뒤에 역자후기를 보았어요. 역자이신 공경희씨가 집에서 키우던 개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적어놓았네요.동생이 딱 3일만 키우겠다고 데려온 강아지를 아버지가 키우게 허락하셔서 16년을 키우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두달후에 그 개도 세상을 떴다고 하면서. 하늘나라에서 둘이 같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위로가 된다구요. 이렇게 알던 모르던 여러 인연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 세상인가 봅니다.
* * *
제가 다니던 병원의 이름은 공화의원입니다.
공화의원 공종택 병원장(65) - 생명력으로 세상을 감싸안는 참모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1191
공경희씨가 아버지를 그리워 하시며 역자후기를 쓰셨는데,
저는 또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다시 이글을 올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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